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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 15:15

영화 아노라 리뷰 : 성매매여성의 이지러진 상향혼의 꿈... 그녀를 위로하는 건 누구인가

  • 문화골목 27일 전 2025.03.12 15:15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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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 영화 '아노라'가 화제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다 


주연인 마이키 매디슨이 서브스턴스의 데미무어를 누르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관왕을 달성하며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 '아노라'가 과연 볼만한 영화인지, 어떻게 보면 좋을지 간단한 감상평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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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노라의 간단한 줄거리입니다.


스트립 댄서이자 2차를 나가는 성매매여성 '애니'는 어느날 러시아의 재벌 2세 '이반'을 손님으로 맞게 되는데,


애니에게 반한 이반의 제안으로 둘은 일주일간의 계약 연애(사실상 섹스파트너)를 하게 됩니다.


일주일 후 이반의 청혼으로 둘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이를 알게 된 이반의 가족과 집안의 부하들은 둘의 혼인을 취소시키려 하는데,


이반은 아버지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애니를 두고 도망치고,


애니는 이반 집안의 부하들과 함께 이반을 찾기 위해 나섭니다.


결국 충동적으로 청혼했던 이반은 애니와의 혼인을 무효화 하는데 서명하고, 애니는 재벌집안의 며느리가 되겠다는 일장춘몽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영화, 무척 재밌습니다.


애니를 버려두고 아버지의 부하들에게서 도망친 이반, 


그런 이반을 찾아 애니와 이혼을 시키려는 토로스와 가닉, 이고르 일당,


그리고 어떻게든 이반을 찾아 결혼을 이어가려는 애니의 한바탕 소동극이 무척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애니와 이반의 관계입니다.


애니와 이반은 접대부와 손님으로 만났지만 이후 계약연애를 거쳐 결혼까지한 부부입니다.


둘의 계약연애와 결혼과정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위태롭게 한 것은 둘의 계급차이보다 이반의 충동적인 성격이 가장 컸습니다.


애니는 미국사회의 최하층계급인 성매매 여성이었고,


이반은 아버지의 그늘을 떠나 미국인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러시아의 재벌 2세였습니다.


둘의 결혼을 이반의 부모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반이 애니에게 청혼하고 실제로 결혼까지 한 것은 순전히 이반의 충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애니의 애타는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뿐만 아니라, 영화 막바지까지 애니를 응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주말드라마 같은 소재 때문에 그저그런 영화일 수 있었던 '아노라'를 살린 것은 이반 집안의 부하 이고르와 애니의 관계에 있습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영화 초반부 애니와 이반의 불같은 사랑에 초점을 맞추다 중반부부터는 서서히 애니를 바라보는 이고르의 시선으로 카메라를 옮깁니다.


애니의 표현대로라면 강간범의 눈매를 가진 험상궂은 외모의 이고르는, 도망치려는 애니를 제압하기 위해 애니를 포박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 애니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물리력을 쓴 것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틱틱대는 애니가 춥다고 하자 스카프를 건네기도 하고, 애니가 이반과 이반의 부모에게 버림받을 때도 동정을 베풀어 준 것도 이고르였습니다.


이 영화의 명장면도 결말부 애니와 이고르의 자동차신에서 나옵니다.


이반과 이반 부모에게 버림받아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 애니에게 이고르는


이반이 애니에게 선물했던 다이아 반지를 건네주는데,


애니는 이반에게 올라타 섹스를 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보시는 분들마다 이 장면을 해석하는게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애니가 이고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마움의 표현이 섹스였고, 그걸 깨달은 애니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미국사회의 최하층민인 성매매 여성 애니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이반같은 재벌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최하층 계급 이고르의 연민과 동정뿐이라는 걸 깨달은 겁니다.


스토리도 좋았지만, 주연을 맡은 애니 역의 마이키 매디슨의 연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상향혼의 좌절 위기에서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애니 역할에 마이키 매디슨 외에 또 누가 어울릴까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길게 찢어진 눈매가 어딘가 모르게 동양적인 매력까지 느껴지는 마이키 매디슨은 외모도 훌륭하고,


스트립쇼를 통해 보여준 춤실력과 영화 초반부 내내 보여주는 이반과의 섹스신에서의 몸매도 훌륭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이키 매디슨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저는 마이키 매디슨의 아노라에서의 연기가 무척 훌륭했다고 생각하지만, 


서브스턴스에서의 데미무어가 강렬한 인생연기를 펼친데 비하면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연기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서브스턴스가 데미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앙상블이었다면,


아노라는 마이키 매디슨의 단독주연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점수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영화 아노라에 드리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 달성하며 화제를 모은 아노라는 현재 전국의 많은 상영관에서 상영되며 역주행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료 OTT에서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저는 봉준호라는 이름값 때문에 과대포장된 미키17으로 시간낭비할 바에 영화관이든 OTT든 서브스턴스나 아노라같은 작품을 시청하면서


연인, 가족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현명하게 쓰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영상 여기서 마치겠습니다.[유튜브 문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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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골목 @aegook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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